숫자 기억 테스트

숫자가 잠깐 떴다가 사라집니다. 본 대로 입력하세요. 맞힐 때마다 한 자리씩 길어집니다.

시작을 누르세요

3자리부터

이 테스트가 재는 것

숫자 하나가 화면에 뜹니다. 머무는 시간은 보통 모드 기준 0.9초에 자릿수마다 0.2초를 더한 만큼이고, 어려움 모드는 그 60% 수준으로 줄어듭니다(기록은 모드별로 따로 남습니다). 숫자가 사라지면 방금 본 것을 그대로 입력합니다. 처음은 세 자리로 시작하고, 맞힐 때마다 다음 숫자가 한 자리씩 길어집니다. 한 번 틀리면 거기서 끝납니다. 화면에는 내가 친 값과 실제 숫자가 나란히 뜨고, 입력한 값을 지우지 않으니 어느 자리에서 어긋났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점수는 마지막으로 맞힌 숫자의 자릿수입니다.

여기서 쓰이는 능력은 순서가 있는 숫자열을 몇 초 동안 붙들어 두는 힘이고, 심리학에서 숫자 폭(digit span)이라 부릅니다. 대부분은 숫자를 속으로 계속 중얼거리며 붙듭니다. 전화번호를 읽고 나서 다이얼을 누를 때까지 머릿속에 띄워 두는 그 장치와 같습니다. 이건 용량 측정이지 지능 측정이 아닙니다. 여기서 높은 점수가 나왔다고 추론을 잘한다는 뜻은 아니고, 낮게 나왔다고 새로운 걸 배우는 속도나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 능력에 대해 알려주는 것도 없습니다.

왜 여기엔 백분위가 없나

이 사이트에서 이 테스트를 끝내면 자릿수 하나만 나옵니다. 백분위("상위 몇 %")가 붙는 테스트는 이 사이트에서 순서 기억 하나뿐이고 여기엔 없는데, 일부러 뺀 것입니다. 우리는 과제와 진짜로 들어맞는 발표된 기준 자료가 있을 때만 백분위를 붙이는데, 이 테스트에 대해서는 그런 기준 자료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숫자 폭 기준 자료 자체는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방식과의 궁합입니다. 우리가 원문까지 확인할 수 있었던 자료인 Iñesta 외(2021)는 55~87세 스페인 성인 표본에서 정방향 span 평균 5.36자리(SD 1.15)를 보고했습니다. 20대 한국인이 이 표에 자기 점수를 대보면 후하게 나오겠지만, 그 후한 숫자는 아무것도 뜻하지 않습니다. 어긋나는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임상에서 쓰는 숫자 폭 검사는 검사자가 초당 한 자리씩 소리 내어 읽어주고 응답자가 말로 대답합니다. 여기서는 숫자가 통째로 화면에 떠 있고 답은 손으로 칩니다. 듣기와 읽기가 다르고, 말하기와 타자는 더 다릅니다. 타자가 느린 사람을 저 기준 자료에 대보면 기억이 아니라 손을 채점하는 셈이 됩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밀러의 1956년 논문이 내놓은 숫자도 사정이 같습니다. 소리 내어 불러주는 목록 실험에서 나온 값이지, 화면을 보고 타자를 치는 과제에서 나온 값이 아닙니다. 그럴듯한 곡선을 하나 그려 붙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방어할 수 없는 숫자를 보여주느니 아무것도 안 보여주는 쪽을 골랐고, 이 형식에 맞는 기준 자료가 나오기 전까지 백분위 칸은 계속 비어 있습니다.

"7±2"라는 오래된 숫자

조지 밀러가 1956년 Psychological Review 63권 2호 81~97쪽에 실은 "마법의 수 일곱, 더하기 빼기 둘"은 심리학 바깥에서 더 유명해졌습니다. 사람이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건 일곱 개 언저리라는 말이 상식처럼 굳었습니다. 정작 밀러는 논문 첫머리에서 이 숫자가 자기 데이터를 쫓아다니며 괴롭힌다고 농담조로 적습니다. 논문의 알맹이는 용량의 상한선을 못 박는 데 있지 않고, 정보를 외우기 좋은 모양으로 다시 묶으면 담기는 양 자체가 달라진다는 쪽에 있습니다.

이후 연구들은 일곱을 순수 저장 용량으로 보기엔 과대 추정이라고 봅니다. 되뇌기와 묶기를 막아 놓고 재면 남는 용량은 그보다 뚜렷이 작습니다. 사람이 일곱 자리 언저리까지 가는 건 저장고가 그만큼 커서가 아니라 조용히 되뇌고 묶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 테스트의 점수는 순수 용량이 아니라, 용량에 각자가 들고 온 요령을 더한 값입니다.

덩어리로 묶으면 늘어난다

1 9 8 8 2 0 0 2를 여덟 개의 낱개로 붙들면 한둘은 흘립니다. 1988과 2002, 서울올림픽과 한일월드컵으로 읽으면 붙들 것이 둘로 줄어듭니다. 숫자는 그대로고 포장만 바뀌었습니다. 이것이 청킹이고, 연습한 사람이 교과서에 적힌 범위를 훌쩍 넘기는 이유입니다.

휴대폰 번호가 일상의 예입니다. 010-1234-5678을 열한 개의 숫자로 외우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이픈이 끊어 준 자리마다 덩어리가 하나씩 생기고, 앞 세 자리는 외울 필요조차 없습니다. 연도가 같은 일을 하고 나이도 그렇습니다. 42는 4와 2가 아니라 "어머니 나이"로 두면 자리 하나만 차지합니다. 머릿속에 걸어 둘 고리가 많을수록 덩어리 하나가 삼키는 자릿수가 늘어납니다.

이걸 끝까지 밀어붙인 유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던 대학생 한 명이 실험실에서 몇 달 동안 숫자 외우기를 반복하면서, 숫자 묶음을 자기가 아는 달리기 기록으로 바꿔 저장하기 시작했고 그 위에 더 큰 구조를 얹어 span을 보통 범위의 몇 배까지 늘렸습니다. 여기서 챙길 점은 둘. 늘어난 것은 기억 그릇이 아니라 외우는 기술이었습니다. 그리고 실험자가 숫자 대신 글자를 내밀자, 달리기 기록이라는 고리가 통하지 않는 그 자리에서 그의 성적은 평범한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점수를 흔드는 것들

숫자 폭은 몸에 붙어 다니는 상수가 아닙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날에도 다르게 나오고, 그중 일부는 기억과 상관이 없습니다.

숫자를 붙들어 두는 주 수단이 머릿속 목소리다 보니, 그 목소리가 숫자열을 한 바퀴 도는 속도가 곧 한계선이 됩니다. 한국어 숫자 이름은 대체로 한 음절이라 되뇌기에는 유리하고, 언어에 따라 자릿수가 갈리는 현상을 다룬 연구들이 이 점을 자주 지목해 왔습니다. 주변 말소리는 음악보다 더 해롭습니다. 되뇌기를 맡은 머릿속 목소리와 같은 자리를 놓고 다투기 때문이고, 조용한 방이 주는 이득이 사람들이 짐작하는 것보다 큽니다.

이 테스트는 기억이 무너진 것과 손가락이 미끄러진 것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열두 자리를 다 붙들어 놓고 옆 키를 한 번 누르면 결과는 똑같이 종료이고, 점수는 실제로 붙들었던 것보다 낮게 찍힙니다.

노출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보통 모드는 900밀리초에 자릿수당 200밀리초가 더해지니 긴 숫자일수록 화면에 오래 남고, 어려움 모드는 이 창이 60%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어느 쪽이든 멈추거나 늘릴 수는 없어서 읽고 끊고 묶는 작업을 그 창 안에 다 끝내야 합니다. 여기에 잠, 피로, 카페인, 시간대가 회차마다 성적을 밀고 당깁니다. 같은 사람이 두 번 해서 다른 점수가 나오는 흔한 이유입니다.